한범덕 고문 (전 청주시장)
2002년 충북도가 개최한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를 준비하던 중 인체의 소화기능을 공부하면서 그 신비로움에 탄복을 한 기억이 납니다.
당시 발표된 게놈프로젝트로 인간생명의 신비와 암 같은 무서운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아래 오송바이오단지를 세계적 의료산업단지로 이끌기 위한 이벤트로 엑스포를 추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먹은 음식물이 위와 창자에서 소화되어 우리 몸 곳곳에 양분으로 보내지는 과정을 첨단과학이 동원된 공장을 세운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사람은 아침 먹고, 조금 있다가 점심 먹고, 또 해 질 녘에는 저녁을 먹는 이런 과정을 보면 불과 서너 시간에 소화가 되는데, 이를 첨단공장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양분으로 분해한 후 우리 몸 곳곳으로 운반하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이틀, 48시간은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비교가 되질 않지요. 소화는 이처럼 우리 몸에서는 아주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한끼만 건너 뛰어도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여 기운이 빠지게 됩니다.
인체의 소화과정을 보면, 먼저 음식물을 섭취하여 분해를 합니다. 입, 위 , 창자에서 ‘아밀라아제’, ‘펩신’, ‘리파아제’라는 효소에 의하여 잘게 나누어집니다 . 밥과 빵에 많이 들어있는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고기와 생선에 많은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기름에 있는 지방질은 지질로 나누어집니다.
이렇게 나누어진 영양소는 장에서 흡수되는데, 포도당이나 아미노산은 혈관을 통하여 온 몸으로 운반되고, 지질은 림프관을 통하여 간으로 운반됩니다. 혈액으로 운반된 영양소 중 포도당은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으로 각 조직과 기관으로 들어가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고 , 지질은 림프관으로 들어가 혈관과 합류하여 온몸으로 운반되어 에너지원이나 재료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분이 있는 지질은 뼈나 피부밑의 지방세포로 들어가 저장됩니다. 이 과정에서 포도당과 지질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되는 경우 비만이 되는 것입니다.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 늘 식량이 모자랐던 석기시대에는 식량부족에 대비하여 지방저장이 필수였던 것에 비하여, 식량걱정이 없는 현대에는 저장된 지방이 넘쳐 비만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지난 2022 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비만인구를 보면 남자 47.7%, 여자 25.7%로 높다고 보겠습니다. 따라서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영양과잉이 되지 않도록 식사시간과 식사내용 조절이 중요합니다.
식사시간은 음식물을 섭취하여 분해하는 효소작용이 이루어지도록 최소 15분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15분도 안되어 식사를 마치는 습관은 고쳐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빠른 식사시간이 비만의 요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소화에 필수적인 효소 활동이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국물에 밥을 말아 드시는 습관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여 년 전 지방공무원 연수원에서 근무할 때, 비좁은 식당여건에 수많은 교육생에게 제공한 점심이 설렁탕이나 국밥이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짧은 점심시간에 많은 교육생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짜놓은 무리한 식단 운영이었지요.
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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