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고문 (전 청주시장)
운전하다 사고를 냈거나 낼 뻔한 경우, 다시 운전대를 잡게 되면 긴장이 됩니다. 심한 사람은 운전대를 아예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이른바 ‘트라우마’라고 하는 것을 아실 겁니다.
우리 뇌는 무서웠던 또는 괴로웠던 시간을 그 때 상황, 즉 소리, 냄새, 장소 등과 함께 기억을 합니다. 기억은 사실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그 때 느낌이나 감정이 강할수록 강한 기억이 뇌에 새겨집니다. 또한 즐거운 기억보다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두려운 사건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남게 됩니다.
트라우마는 분명히 심리적 현상입니다. 재해와 범죄 등으로 받은 강한 충격체험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실연을 당한 후 그 연인과의 추억이 있는 카페 등을 보면서 더 괴로움을 느끼는 현상도 있습니다.
사건기억은 뇌에서 신경세포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시냅스’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면서 뇌에 특정 신경회로가 증감됨에 따라 기억이 보존되는 것입니다.
사실 괴로운 사건기억과 그 때 상황기억은 별개입니다. 일본 생리학연구소의 마사가쯔 아게쯔마 연구팀이 2023년 쥐를 갖고 실험을 했습니다. 쥐들에게 전류를 소리와 동시에 흘리는 공포체험을 시켰습니다. 그 결과, 소리관여 신경과 공포 관여신경이 연결된 네트워크가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억된 트라우마가 계속 그 상태로 있는 것은 아니고, 기억을 떠올리려고 할 때 그 기억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기억이 사라지거나 새로운 정보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작용으로 뇌는 기억이 재편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트라우마는 자주 우리 일상생활에 위협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진과 같은 큰 재난을 경험했거나 성적 피해를 입었던 여성의 경우, 그 끔찍한 경험이 나타나면 가슴이 뛰고, 꼼짝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옛 기억을 잃게 하는 방법입니다. 신경세포 생성물질을 투입하여 새로운 신경세포로 재편하여 저장된 나쁜 기억을 망각시키는 방법인데, 쥐에 대한 실험을 마치고 사람에 대하여 실험하는 방법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노출요법입니다. 의사 주관아래 과거의 일일뿐 현재의 불안과 공포로 연결시키지 않도록 공포를 체험하게 하여 그러한 현실을 인식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글쎄요.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치료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심리적 현상이므로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치료받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하겠습니다.
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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