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 갑자기 귀가 가려워 귀이개를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내는 무섭다고 내가 부탁해도 딱 잘라 거절해서 제가 하는데 저 역시 겁이 나서 살살하게 됩니다.
요즘 아주대 김홍표 교수가 쓴 ‘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이라는 책을 보는데 ‘귀지의 생물학 ’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재미도 있고 해서 인터넷을 뒤져 귀지에 관하여 알아봤습니다.
생명체는 자기유지를 위하여 필수적인 영양소를 섭취하고 난 찌꺼기를 배설합니다. 동물은 자연스레 배설기관을 통해서 배출하는데, 식물도 나무껍질을 통해서 배출한다고 합니다. 또 수정을 마친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배설과정으로 볼 수 있고요. 한 해가 저무는 요즘 떨어지는 낙엽도 배설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동물도 배설기관 이외에 피부의 때, 자라난 발톱, 손톱, 머리카락도 식물과 같은 배설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교수 말씀에 의하면 자연계에서의 배설물은 ‘ 반쯤 소화된 음식물’이라고 합니다. 가축의 배설물이 아주 좋은 비료로 되는 과정이나 말똥구리, 쇠똥구리 같은 곤충들에 의하여 배설물이 분해되는 것도 이런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식물의 낙엽이 떨어져 만들어진 부식토는 훌륭한 거름으로의 기능을 합니다.
어떤 생명체의 배출물이 다른 생명체에게는 아주 좋은 영양소가 되는 경우는 대단히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인간이나 동물이 호흡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로 모든 식물체의 필수 영양소인 포도당으로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들 수 있습니다.
귀지는 귀의 안쪽 피부에 있는 땀샘과 피지샘에서 나오는 물질과 죽은 세포로 이루어진 분비물입니다. 이것도 배설물입니다.
이 귀지는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사람의 경우 대부분 하얗고 마른 상태인 건식 귀지이고, 흑인이나 서양인들은 노랗고 젖은 상태인 습식 귀지라고 합니다. 일본인 학자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한 2,000세대 전, 약 4~5 만 년 전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나 건식 귀지와 습식 귀지가 갈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사람들은 마른 건식이라 귀지를 귀이개를 써서 파내는데, 서양 쪽 대표적으로 미국사람들은 젖어있는 습식 상태라 파내는 대신 면봉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어로 귀지를 ‘귀왁스(earwax)’라고 한다네요.
그런데 귀지를 꼭 파내야 하는 걸까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에 대한 문의가 참 많네요. 답변을 보니 대부분 그대로 두라고 합니다. 저절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도 가렵거나 귀가 막혔다는 생각으로 견디기 힘들면 이비인후과를 찾으라고 합니다.
대개 귀지는 외이도의 바깥 ⅓정도에 생겨 가능한 한 파지 않는 것이 좋으나 , 참기 어려워 파낼 때에도 귀이개로 1cm이내에서 부드럽게 파내는 정도로 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귀지의 성분은 죽은 피부세포인 각질이 60%, 그리고 땀과 피지로 되어있어 더럽지 않다고 합니다. 또한 약산성(pH 6.5~6.8)이며 항균성 효소인 라이소자임(Lysozyme)이 있어 감염에 대한 방어작용도 한다고 하니 어떤 면에서는 귀중하지 않습니까?
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십시오.
- 미래과학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