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올해 소망 중 하나가 살 빼기입니다 .
매년 새해를 맞으면 10개의 소망을 적고, 그를 이루기 위하여 나름 노력하는데 한해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보면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술을 줄이겠다,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 등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살 빼는 것이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작년 12월 23일 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미국 하버드대 생명공학과 슈리아 스리니바산(Shriya Srinivasan) 교수와 MIT 기계공학과 조반니 트라베르소(Giovanni Traverso) 교수 연구팀이 캡슐 하나만 먹으면 포만신경이 작동하여 음식물 섭취를 40%나 줄일 수 있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대학교 때 의대 다니는 친구가 우리 몸은 음식을 먹으면 영양섭취를 감지하는 섭식신경과 배부름을 느끼는 포만신경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밥 한 대접 , 국 한 그릇 등 영양보다는 양이 많아야 하는 포만신경이 발달했고, 서양사람은 육류위주로 포만신경이 발달되지 않아 비만이 우리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우리는 먹을 것이 부족한 형편이라 육류는 생각할 수도 없는 채식위주라 그랬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지금은 우리도 2022년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인들 비만이 37.2%에 이른다고 하니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도 서양인들 못지않게 비만인구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이고요.
이번에 캡슐을 개발한 하버드대 스리니바산 교수는 MIT에서 박사 후 연구생으로 있으면서 트라베르소 교수와 인연을 맺었는데, 트라베르소 교수는 약물을 전달하는 캡슐개발로 많은 성과를 이룬 분이었습니다 . 당뇨병 치료로 인슐린을 넣은 캡슐을 우리 장내에 투입하여 한 번에 약물을 내놓지 않고 시간에 따라 배출하는 장치를 개발하여 이름을 높인 학자였습니다.
그동안 비만치료방법으로는 물론 초고도비만환자의 경우에 한정되지만 위에 풍선을 삽입하거나 위를 절제하는 다소 무리한 침습적 시술이 있었습니다 . 침습적인 방법은 어쨌든 피부조직에 손상을 주면서 치료하게 되어 환자의 불안감이 높은 치료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스리니바산 교수와 트라베르소 교수는 피부에 손상을 주지 않고 치료하는 비침습적 방법으로 캡슐을 먹으면 몸 안에서 진동으로 가상의 포만감을 느끼도록 한 것입니다 . 위안에 들어간 캡슐이 20분 정도 진동을 하게 되면 위가 늘어나면서 이를 감지한 위벽팽창감지수용체(IGLES) 를 활성화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들은 이 캡슐을 ‘바입스 (VIBES: Vibrating Iglestible BioElectronic Simulator)’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리 몸에 비만과 관계되는 호르몬은 그렐린과 렙틴이 있는데 바로 이 그렐린이 직접적인 비만유발 호르몬이고 렙틴은 식욕억제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먼저 인간과 유사한 위장을 가진 돼지에게 108번의 실험을 한 결과, 큰 부작용 없이 약 40% 감축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캡슐을 먹은 돼지에게서 그렐린은 대폭 줄어들고 , 렙틴이 늘어난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인간에 대한 임상실험이 진행되진 않았습니다만 동물실험결과를 볼 때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캡슐은 지금 현재 비만치료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달 복용비가 100만 원을 상회하는 ‘위고비 ’의 대체제로서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먹는 재미, 소위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한 알 먹기만 하는 삶은 어떤 재미가 있을까요?
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