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 월,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주 법원에서 자기 친자식 4명을 살해한 죄로 20 년째 옥살이를 하고 있던 캐슬린 폴비그(Kathleen Folbigg)란 55세의 여인에게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폴비그는 뉴사우스웨일주 헌터밸리 출신으로, 결혼하여 1989년 21 세때 장남을 낳았으나 불과 19일만에 돌연사하고 이후 1991년, 1993 년, 1999년에 3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두 돌이 되기 전에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4명의 자식들이 모두 돌연사하는 비운을 맞았지만 당시 의료전문가들이나 경찰에서 한두 명의 돌연사는 있을 수 있으나 네 명이나 돌연사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번개가 같은 사람을 네 번이나 치는 그런 경우는 없다고 하는 이야기와 자책하는 듯한 그녀의 일기를 근거로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엄마인 폴비그는 첫아이부터 계속 결백을 주장하였지만 상황은 이렇게 그녀를 범인으로 몰아갔습니다. 결국 물리적 증거가 없었지만 정황증거 만으로 배심원들은 유죄를 선언했고, 법원은 40년 형을 선고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
2003년부터 그녀는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년이 지나 무죄판결을 받은 것입니다. 이것은 DNA 분석 방법의 획기적인 발전에 의하여 종전에는 찾을 수 없었던 증거들을 찾아낸 결과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부검을 담당했던 뉴사우스웨일주 법의학연구소에서는 당시 아이에게서 사망원인을 찾지 못했고, 단지 심장에서 바이러스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약간의 염증만 발견하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배심원단은 가족내 다중살인 가능성을 인정하여 유죄판결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한 가족에서 여러 명의 어린아이가 돌연사하는 사례가 여러 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폴비그의 변호사와 의료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 2018년 호주법정에 재수사를 의뢰하였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호주 국립대 카롤라 비누에사(Carola Vinuesa) 교수를 비롯한 유전학연구팀은 첨단 DNA 분석기술을 가지고 사망한 아이들과 엄마인 폴비그의 30억개 염기서열을 모두 확인하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났던 20년 전에는 할 수 없었던 기술이었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과 엄마에게서 칼슘 조절 단백질인 ‘칼모듈린 (CALM)’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찾아낸 것입니다 . 이 돌연변이는 발견된 적 없는 희귀한 돌연변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세포내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칼모듈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부정맥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조사결과에도 재판부는 유죄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9 년 더 많은 학자들과 2021 년 유럽심장재단에서 발행하는 전문잡지 ‘유로페이스(Europace)’에서 폴비그 사건을 주제로 칼모듈린 돌연변이가 어떻게 어린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 메커니즘을 밝힌 논문을 발표하게 됨에 따라 호주정부는 결단을 내려 2차 재조사와 함께 폴비그를 석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직 요식적인 절차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만 4 명의 친자식을 살해한 잔인한 엄마에서 불치의 유전인자로 어이없이 자식을 떠나보내야 했던 불운한 엄마, 또 억울한 20년의 옥살이를 해야 했던 가혹한 운명의 엄마인 폴비그에 대한 보상은 누가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요?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속에서 빛나는 첨단과학의 획기적 기술을 알게 됩니다.
오늘도 최고의 날이 되십시오.